-리뷰- 코난: 돌아오지 못한 영웅

2007. 12. 6. 19:14준타의 잡동사니/게임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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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이 이름을 들으면 라나찾아 삼만리의 미래소년이나, 시공간을 초월한 불로불사의 꼬마 명탐정을 많이들 떠올리시겠지만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뇌까지 근육질일 것 같은 야만인 코난입니다. 야만인 코난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로버트 어윈 하워드님의 판타지 소설 코난 시리즈 주인공인데. 지금은 주지사로 활약 중이신 아놀드 형님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 더 많이들 기억하고 계실겁니다.최근 원 소스 멀티유즈가 대세로 떠오르며 대부나 스카페이스같은 고전 영화들이 게임으로 재탄생되고 있는 추세에 뒤질세라 코난 역시 얼마전 게임계에 대뷔를 하였습니다.제법 그럴싸한하드고어 액션 어드벤쳐란 장르를 표방하고서 말이죠.

개인적으로 코난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는 이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액션과 노출...인데요, 이 점을 제작사에서도 잘 알고 있었는지 본 게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이런 본능에 충실한 연출입니다. 패키지 뒷면에 적혀있는 '나의 칼 앞에서 자비를 구하지 말라.'라는 문구대로 코난의 과격하고 무자비한 액션 앞에 적 나부랭이들의 사지는 버라이어티하게절단나고 대지는 피로 뒤덮혀집니다. 거기다 18금 게임임을 과시하듯 헐벗은 아낙네들이 슴가를 아낌없이 노출하는 등, 본격 성인 액션 게임이란 무엇인가를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잔인함과 선정성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갓 오브 워 시리즈도 코난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이니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이 가실겁니다.

사지절단액션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코난

이쯤되면 이미 싸움이 아닌 대학살 수준

'온 가족의 PS'라는 문구따윈 가볍게 무시해주는 센스!

과격한 연출 외에시선을 끄는 것은 바로그래픽입니다. 코난의 영상은 전반적으로 다듬어지지 못하고 거친 느낌이 강한데, 이 점이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원작의 분위기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게임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또한 칼과 칼이 부딪힐때 일어나는 불꽃등 전투시 발생하는 이펙트들 역시 인체해부 액션과 함께 타격감을 살려주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차세대기 게임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투박하고 디테일이 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의도적인 표현이라기보다는 건성으로 만들었다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거기다 약 700MB의 게임 데이터를 설치함에도 불구하고짧지 않은 로딩을 자랑하기 때문에 제작사의 실력을 한번쯤 의심해보게됩니다. 게임 내자잘한 버그들은 이러한 의구심을 더욱 강하게 해주지요.

부분적으로는 나름 괜찮습니다만...

그래픽은 구려도 로딩은 애지간히 깁니다.

최근 발매되는 액션 게임들을 보면 액션 게임 특유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난은 말 그대로 막가파식 정통 액션 게임으로 요즘 액션 게임에는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되다 싶이하는 퍼즐적인 요소따위는 전혀 배제한채 아무 생갹없이 적들을 난도질 하다보면 나오는 보스를 물리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심플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단순한만큼 액션은 묵직한 편입니다. 도끼나 창, 대검등 다양한 무기를 적들로부터 빼앗아쓸 수 있으며 한손검, 양손검, 이도류세가지공격 스타일이 준비되어있어 상황에, 또 적에 맞는 전법도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각 스타일별로 준비된 100여가지의 다양한 콤보를 성장시스템을 통하여 습득할 수 있으며,일격필살의 마법 공격이나 공격력을 증가시켜주는 죽음의 노래 게이지등 액션성에 있어선 충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킬은골라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탈일 정도.

마법 공격은 자주는 못사용하지만 위력은 후덜덜

바이오 하자드4와 갓 오브 워 시리즈의 성공 이후 부쩍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는 버튼 액션 시스템 역시 코난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입니다.워낙 게임 내 전박적으로 사용되어지는지라단순히 게임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기보다는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적인 요소로서 작용합니다. 게임 진행에서부터 보스전까지 지겨울정도로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거대 보스전에서는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일조를 합니다. 게임 내 또 다른 핵심 시스템인 패리킬 시스템 역시 버튼 액션 시스템과 연계되어있습니다. 패리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귀무자 시리즈의 일섬 시스템과 비슷합니다. 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순간 방어를 하게되면 강력한 공격을 적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패리킬 시스템은 방어 후 화면에 뜨게되는 일정 버튼을 정확하게 눌러줘야한다라는 점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투 스타일별, 버튼 별로 각기 다른 연출이 준비되어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도 충실하게 제공합니다.

여기도, 저기도, 거기도 안 사용되는데가 없습니다.

버튼을 정확하게 눌러주면 신명나게 뼈와 살을 분리해줍니다.

좋은 액션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로 훌륭한 스토리 라인을 꼽습니다. 액션 게임이 액션만 훌륭하면되지 무슨 스토리 타령이냐고 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보고 즐기면되는영화와는 달리 게임은 직접 체험을 하는 엔터테인먼트입니다.똑같이 적들을 물리치더라도 대의명분을 주는 것과아무런 이유없이 그냥 적들을 물리쳐 나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후자의 경우는 그냥 묻지마 살육파티와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지요. 훌륭한 원작 소설이 바탕인 코난은 그런 의미에서 다른 게임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코난은 그런 좋은 바탕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 코난에도 게임 내 스토리 라인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단순하긴해도 원작을 생각해보았을때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잘 안어울리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그 스토리를 잘 전달시켜줄 이벤트 씬이 굉장히 소수라는 것과 그마저도 조악한 퀄리티를 보여준다는데 있습니다.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도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아닌, 광기에 미쳐버린 도살자가 되어버린듯한 기분을 들게합니다. 거기다 크롬(강철의 신)같은 용어나 코난이 어떤 인물인가하는 것도 원작을 모르시는 분이라면 전혀 모를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대한 부연 설명따윈 깔끔하게 생략해버렸다는 부분도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러브씬은 잊지않는 제작사의 투철함!

노숙자 분위기가 나는포스제로의 최종 보스도 문제이긴 마찬가지

코난은 분명 괜찮은 액션 게임입니다. 하지만 액션성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부분들을 잊어버려 결국 범작에 머무른듯한 느낌입니다. 게임의 볼륨 역시 적은편으로 7~10시간정도면 충분히 엔딩을 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클리어 후 특전도 변변찮지만 다만 위안이 되는 부분이라면2주차플레이도 나름대로의통쾌한 재미를 느낄수 있다는 점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원하고 박력넘치는액션이라는좋은 장점을 가진 만큼 아쉬운 부분들을 조금만 더 다듬어 발매했더라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안타까움이 남는 코난. 아직은 돌아온 영웅이 아닌,추억의 영웅인것 같습니다.

얘들아, 정품안쓰면 피떡된다?

제공: 패미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