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긴 했던 걸까?

2012. 4. 20. 01:14C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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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어쩌면 모 파란색 소셜 네트워크에서 줄창 보곤 하는 그 문구. 혹은 학창시절 수줍게 건네봤을 고백, 썩 나쁘지 않은 것들에 대한 평가, 기분이 최고로 업되었을때 하는 감탄사, 몇가지의 것들 중에 당신이 고르는 선택, 그리고 당신이 즐거워하며 곁에 두고 아끼는 어떤 것들. 그러나 언제고 좋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며 그 감각이 희미해지고 더 좋은 것, 혹은 좋아했던 그 대상에 질릴 때쯤 보이는 자그마한 단점때문에 빠르게 잊혀지고는 한다. 그리고 가끔은 뒤돌아서서 생각하게 된다. 아 내가 그걸 좋아했엇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수문화가 그 고유의 색을 유지하는 이유는 소수문화의 특수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란 대개 파급력이 강한데, 소수문화는 이들 대중문화에 흡수당하지 않고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소수문화만의 특유한 색으로 맞서고는 한다. 특정한 취향, 특정한 성격, 특정한 카데고리 등으로 묶인 이들은 소수에 대한 이해때문에 결집력 또한 강하고 색이 더 뚜렷하다. 하여 최근에는 대중문화의 넓은 영역속에서도 오히려 주목을 받아서 더 넓게 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아는 척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척, 색이 있는 척 하면서 이들을 흉내내고 본래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색은 그저 레어한 패션아이템으로 변질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원래 그것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지쳐서 사람들은 한둘씩 떠나가곤 한다. 그리고 문화는 색을 잃게 된다.

http://blog.naver.com/linzimori/10136867116  

최근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 링크 하나가 눈에 띄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아티스트들을 데려와서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한 공연기획사에 대한 글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기획사의 입장 발표다. 이들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숨겨진 보석을 찾아 가져와서, 다른 뮤지션 내한공연에 비해 만족할만한 가격과 일반적으로 서울에서만 열리는 행사를 부산이나 기타 지역에서도 여는 등 소수의 팬을 위한 노력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있었다. 그 기획사가 해외 뮤지션의 내한공연을 더 이상 기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정난과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인맥과 매니아들의 지지로 버티던 기획들이 끝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기획사의 설립자인 션은 비행기 표값이 없어 미국에 계신 아버지 병문안을 못 가고, 스탭들도 한달에 잘 해야 15만원을 받는 등 재정난으로 이미 악화될만큼 악화된 상황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조용히 호소하고 있었다. 우리를 지원해주고, 우리의 공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사실 나에게 그보다 더 충격을 주었던 건 링크한 네이버 포스팅의 댓글이었다. 한 기획사의 절망적인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댓글은 작성자의 안부나 이웃순례를 위한 겉치레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졌고, 그걸 보는 나도 멍하니 '불쌍하네'같은 감정밖에 생기지 않는다는게 참 씁쓸했다. 무언가 딱히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을 표현하고는 싶고, 어떤 정보에 대한 마땅한 반응이 생각나지 않을 때 하는 반사적인 행위에 가까워보였다. 페이스북의 Like it처럼, 그리고 나 또한 어느새 그러고 있다.

무대는 작고, 꿈을 빛내겠다며 일어선 사람들은 현실에 좌절한다. 커다란 것들은 작은 것을 삼키며 점점 커가는데 작은 것들은 배가 고파서 자신의 목소리도 내기가 어렵다. 이미 커다란 스크린 앞에 선 사람들은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은 결코 저 스크린 앞에 나오지 않을 것이며, 지친 우리들은 뒤돌아선다. 그리고 이런 기사를 나중에나마 접하며 가끔은 그런 것들이 내가 좋아했던 것들인가 생각하면 조금 우울해진다.

멍하니 살다 스쳐지나간 것들은 과거가 되어버렸고, 모두 조금씩 걸음을 떼어 결국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난 왜 아직도 혼자 여기 우두커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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