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을 플레이하다, 인디게임연합과 게등위의 등급심의문제

2010. 9. 7. 00:13준타의 잡동사니/이런저런 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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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물등급위원회, 이하 게등위에서는 게임 컨텐츠 배급·구매업체 스팀(Steam)과 비영리, 개인제작게임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국내법상 등급심의를 받지 않은 채 유통되는, 이른바 '미심의 유통'을 이유로 이들 서비스를 제제하고 나섰습니다. RPG만들기 커뮤니티 니오티에 실제 공문이 날아왔으며, 현재 니오티는 등급심의를 받는 것은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어 결국 해당 게시판을 폐쇄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관련기사 : http://www.thisisgame.com/board/view.php?id=479378&category=102

칼리토님의 요약글 : http://areca.egloos.com/5346581


링크를 보면 정리가 잘 되어있지만, 이 상황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 유통에 있어 법적인 명분을 내세워 실질적으로 등급평가를 받기가 어려운 비영리 목적의 개인제작 게임물에까지 비용을 내고 심사를 거쳐야한다는데 있습니다. 이 대상은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광고하는 게임이 아닌 개인 목적으로 만드는 제작물, 친구와 장난삼아 만든 게임, 심지어 플래시와 웹게임, 동인게임까지 포함되어있습니다. (워크래프트 등을 이용한 유즈맵도 대상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물론 이들 대상의 대부분은 영리적 목적을 기대할 수 없거나 투자하는 가치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며, 대부분 아마추어의 습작, 내지는 공개작품으로 판단됩니다.

기준에 사로잡힌 광범위한 대상과 법의 잣대에 의한 판단은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제 이 소식이 소란을 일으키기 전부터 한 웹게임이 등급심의의 희생양이 되었고, 니오티의 경우 또한 아마추어들이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충격입니다. 이에 대한 소식은 외국에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외국 인디게임 전문 사이트 TIG소스에서는 기사를 내보냈으며, 이에 대한 스레드가 개설되어 외국 유저들의 열띤 토론 또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http://www.tigsource.com/2010/09/05/south-korean-game-rating-board-cracks-down-on-indies/

http://forums.tigsource.com/index.php?topic=14677.15


이 상황을 두고 몇몇은 과거 80년대의 음악 사전검열제도를 떠올린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당시에도 희망을 부르던 많은 음악가들이 정치적 사상을, 자의적 해석에 따른 가사의 불건전성을 이유로 내몰렸고, 많은 음악이 금지되었으며 일부 음악가의 경우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잡혀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시대의 투쟁이 이들에게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라, 정태춘의 헌법소원을 통해 음악의 사전검열제는 폐지되고 음악가들은 '노래도 못 부르는 시기'에서 '자유롭게 부를 수 있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번의 게등위의 게임심의를 그에 비교하는 것이 그렇게 큰 비약은 아닐 것입니다. 인디게임에 관련된 수많은 칼럼이 올라오고, 사람들은 실질적인 기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게등위의 행위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실제로 인디게임 소개사이트 피그민을 중심으로 게등위의 사전검열제에 반대하는 성명과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피그민의 게임위대책 : http://pig-min.com/tt/3113

아이린의 '우리는 범법자다' : http://www.heartcomplex.net/blogs/577

밝은해의 '인디/아마추어 개발자들, 대항을 시작하다' : http://gamemook.com/397

밝은해의 '게임위는 궁극적인 투쟁의 대상이 아니다' : http://gamemook.com/400


이런 싸움에 아무런 관련도 없지만, 개인적인 인디게임의 팬으로써 또한 현대의 재창조 산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이번 결정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특히나 인디 & 동인게임에 대한 판단은 화가나기 그지 없는데, 그것은 언더그라운드의 리믹스와 자유로운 창작문화에 대하여 상업적 잣대를 내세우고 아이들이 뛰어놀던 공터에 입장료를 매기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런 개인 개발자들의 팬이거나, 아마추어의 비영리목적의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거나, 최소한 이 상황에 대해서 뭔가 잘못됨을 느낀다면 그저 이들이 '플레이'하는, 이들 방식의 투쟁을 '재미있게' 플레이해주시길 바랍니다.


GRBT: Game Rating Board Tycoon

http://games.heartcomplex.net/grbt/index_k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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