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포프 인터뷰 2 -마지막-

2019. 7. 27. 11:40준타의 잡동사니/게임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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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존하는 배를 참고했다고 하지만, 오브라 딘이라는 배의 이름은 루카스씨가 생각해낸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A. 네 선박명의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 당시 비슷한 이름의 배가 존재 했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대부분

마리아 호나 엘리자베스 호 같은 평범한 이름뿐이었습니다. "좋은 생각인거 같은데 느낌이 안오네"

하고 더 좋은게 있을까 찾아봤지만 결국 처음의 아이디어가 제일 좋았다는 결론에 도착했습니다.

 

Q. 마리아 호도 조금 보고싶네요. 그런데 죽음의 순간을 포착하는 이번작의 컨셉에서 광기가

느껴집니다. 60명의 사인을 생각하는것도 큰일이지만, 어떠한 장면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죠.

최근 모탈 컴뱃 시리즈의 개발자가 고어한 연출을 만들다가 외상후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루카스 씨는 사망씬을 만들때 피로해지지 않으셨는지?

 

A. 그렇지도 않았어요. 오브라 딘의 비주얼은 현실에선 없고, 그려지는 죽음의 순간을 포착한

1프레임 뿐입니다. 그 한장면을 어떻게 표현하고 모델링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플레이어가

이해할 수 있는 장면으로 마무리 되는가, 생각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캐릭터에 더 많은 죽음의 순간을 묘사하고 있는데, 몇몇은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을 묘사하고 있어요.

그쪽이 피가 튀기거나 하는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장면을 만들어 가는데는

그로테스크함보다 재미가 더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게임은 계속 흑백에 낮은 해상도 때문에

그렇게까지 리얼한 느낌은 없습니다.

 

Q. 비주얼외에도 BGM과 사운드 효과도 몰입감을 주는데 큰 역활을 했죠. 뭔가 참고로 한게 있었는지?

 

A. 처음 계획은 죽음의 순간이 아닌 죽을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플레이어에가 간접 체험시키게

할 예정이었는데, 시계를 시신에 사용하면 그 인물의 시점이 되어 사망 직전의 시점에서 어떤일이

일어났는지를 체험 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그리되면 작업량이 너무 많아지게 되서, 결과적으로는

정지된 채 죽움의 순간만 포착하는 방안으로 가게되었습니다.

 

정지된 세계를 그리는 방안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청각 정보가 매우 중요해지거든요. 몰입감을 높이거나

감정을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무엇이 들리는지

파악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한 사운드를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건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사운드 만들기에는 각 장면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도

없었습니다. 직접 만드는 사망 장면, 그래서 내가 눈을 감아도 (그 내용이) 전부 머리속에서 구상되어

그려집니다. 그렇지만 플레이어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 머리안에 있는 장면을 소리만으로

재현하는 것은 꽤나 어려웠습니다.

 

참고로 제가 녹음한건 극히 일부뿐이어서, 사운드 라이브러리에서 필요한 소재를 찾고 믹스하거나

이펙트를 가하여 변형함으로써 그 자리에 있는것 같은 감각을 만들겠다고 밝힌겁니다.

사운드 구성에서 배운것은 무수한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고 해도 인간의 귀는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만 사용하여 듣고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바다와 배의 소리에 휩싸인 공간에 있는것처럼

느끼길 생각하고 작업을 했다가 실패한 적 이 있었습니다. 대화하는 캐릭터의 목소리에

집중시키거나,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사운드는 어떤것인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그 자리에 있는것 같은 감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람은 모든 소리를 의식적으로 듣고 생활하지는 않습니다. 배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문이 열리는 소리와 먼 치에서 들리는 말소리를 우선적으로 듣고 있습니다. 소리의

볼륨이 다른 소리보다 낮아도 인간의 귀는 그것들을 먼저 잡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 장면의 청각정보를 구축하고 플레이어가 그 자리에 있다고 느낄만한 사운드로 하되, 제대로 단서를

남기고 가는것. 그것이 본작 개발에서 가장 어려웠지만 즐거웠던 작업의 하나입니다.

 

Q. 성우들의 연기도 대단하더군요.

 

A. 연기의 수준에는 저도 놀랐습니다. 게임이라기 보다 라디오 방송극에 가까웠죠. 성우진들의

연기로 플레이어에게 그 상황을 전달하는 의존도가 꽤 높았습니다. 그것을 사전에 전달시켜 성우진들이

좀 더 이해가 깊어지고 더 좋은 연기로 이어진것으로 생각합니다.

 

Q. 마케팅쪽 이야기를 해보죠. 발매당시에는 보도 자료나 고지가 전혀 없었는데, 루카스씨가

트위터에 트윗만 남긴것 뿐이더라구요. 게임의 판매는 걱정되지 않으셨나요?

 

A. 그렇지도 않아요. 매우 다행스럽게 전작 페이퍼 플리즈는 단기간에 개발하고 마케팅 없이 발매했음에도

좋은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오브라 딘이 그만큼 팔리지 않아도 어떻게든 될 정도로 많이 팔렸거든요.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같은 방식을 반복해도 성공할거 같다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잘됐습니다.

 

물론 언제까지나 같은 방식이 통용될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언젠가는 마케팅에

더욱 힘을 주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지금 오브라 딘에 대해서만은 판매에 큰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팔리지 않아도) 어떻게든 되기 때문에. 그것보다 신경쓰인것은 페이퍼 플리즈에 이은 작품으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 하는지 여부였습니다. 게임을 좋아해줄지, 전작을 좋아한 사람들이

오브라 딘을 즐길것인지. 그런부분이 걱정이었습니다.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중 하나입니다. 전작처럼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

매출보다 평판을 걱정했습니다.

 

Q. 만약 오브라 딘의 매출이 나뻤다면, 페이퍼 플리즈처럼 단기 개발의 야심작을 만들 생각이

있었는지?

 

A. 네. 오브라 딘도 처음만들때는 단기 프로젝트로 가려고 했죠. 하지만 예상보다 그리고 원한것보다

개발기간이 엄청나게 길어져 버렸습니다. 사실 단편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전작에 이은 작품으로

기대에 부응하려고 한점이나 3D 게임 만들기였다는것, 게임의 큰 그림이 보일때까지 시간이 걸린 것,

새로운 것을 시도한것 등의 여러 요인이 쌓여 개발이 길어졌습니다.

 

이른바 속편 징크스/슬럼프가 무서웠습니다. 상당히 오랫동안 걱정한것으로 그때문에 지쳐버렸을

정도로요.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게임 이외의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내 게임의 재미 여부는 상관없습니다. 그들 덕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내 스스로가 충분한

결과물이다 라고 생각하는 단계에서 마치고 발표하면 그걸로 좋았습니다.

 

Q. 매출은 좋은지?

 

A. 네. 전작만큼 팔리는건 아니지만, 개발을 거의 혼자 했으니 지출부분이 극히 적어서 폭발적인 히트가

없어도 되었습니다. 오브라 딘은 예산이 걸려있지만 전작만큼의 포 넓은 층에 호소하는 작품은 아니고,

앞으로도 전작(페이퍼 플리즈)만큼 매출에 버금갈건 없을걸로 보이지만 그걸로도 좋습니다. 

나로써는 오브라 딘의 매출에 만족합니다.

 

Q. 4년반 혼자 개발을 이어가며, 불안과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나요?

 

A. 물론 있었죠. 아까 이야기 한것처럼, 단기 프로젝트를 좋아하다보니,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집중력을 유지하는게 어려워졌습니다. 오브라 딘의 개발에는 몇가지 파도가 있었네요. 의욕이 넘칠때

지쳤을때, 그 둘을 반복했습니다. 가능하면 처음 파도가 떠나기전에 끝내고 싶어요. 프로젝트에

흥미가 있어 열중하고 있을때, 그 열기가 식기전에 완성하고 싶다랄까.

 

Q. 그럼 나쁜 시기의 극복은 어떻게.

 

A. 끊임없이 계속하고 싶어질만큼의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었기에 (버텨냈습니다.) 첫 번째 데모를

만든 단계부터 좋은 게임이 될거 같은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누군가 이 원석을 연마하면 훌륭한

작품이 완성될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생각이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비주얼 스타일이 개발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좋아했던 점도 들 수 있겠네요.

1비트 비주얼 구축, 캐릭터 만들기, 엔지니어링 문제 해결, 그 3개는 계속 즐기면서 몰두하다보니

개발의 동기 부여가 지속되었습니다.

 

Q. 이번작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하셨는지?

 

A. 처음에는 단편 게임  예정이었으니 10달러 정도로 팔려고 했는데요. 개발을 추진하다 보니

20달러가 맞을거 같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달러는 좋은가격대로, 페이퍼 플리즈에서

뛰어난 결과물을 남길 수 있었죠. 어떤 게임인지 몰라도 손대기에는 큰 부담없는 가격이기 때문에요.

그것은 페이퍼 플리즈 같은 별난 게임의 가격을 정하는데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브라 딘에 관해서는 가격을 이렇게 책정함으로써 좀 더 가치있고 볼륨이 큰 게임이라고

느끼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구요.

 

게임에 돈을 들이게되면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게임을 즐기면 평소보다

더 참고 즐기게 됩니다. 오브라 딘은 초반에 포기하기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했고, 즐기기 위해서

좀더 참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플레이어가 좀 더 돈을 지불한 만큼 그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라고 느끼면, 분명 꾸준히 즐기게 될겁니다. 그 결과 게임을 즐겨줄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끝났다. 정말 끝입니다.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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