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세계에 만연한 상실에 대한 애가 - Crost Ensemble - 百年庭園

2013. 4. 10. 09:22푸칡의 임시공간. (용도변경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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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rostens.blog.me/140172894282

http://mnet.interest.me/album/album.asp?albumid=272586

모든 음악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극대화시켜 앨범 전체를 한 이야기의 무대로 만드는 스토리텔링 앨범은 상당히 흥미로운 시도 중 하나입니다.

특히 국내 동인음반계에서 이러한 시도는 흔치는 않은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지금 소개하려고 하는 2010년 국내 동인서클 Crost Ensemble에서 낸 스토리텔링 앨범, <백년정원>은 아주 흥미로운 종류에 들어가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앨범은 Part.1과 Part.2로 이루어져 있으며 Part.1이 본편, Part.2는 번외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편인 Part.1은 백년에 한번 꽃이 핀다는 정원을 무대로 인간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프롤로그 <백년정원>과 십자군 전쟁을 모티브로 전쟁에 휘말린 어린 여왕의 비극을 그린 <이교도 왕 시리즈>, 그리고 ‘백년정원’에 유폐된 산 자의 슬픔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결말짓는 <연꽃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거대하고 운명적인 비극을 통해 웅장한 분위기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웅장하고 거대한 이야기를 주로 삼고 있는 만큼 듣는 사람을 압도하는 웅장한 전개를 택하고 있는 곡들이 위주로 되어 있으며 완성도 높은 오케스트라 분위기의 사운드와 그에 어울리는 스케일 큰 보컬의 사용은 동인 위치의 작곡서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스케일 큰 스토리이기는 하나 전체적인 스토리의 구성이 평이하고 등장인물들의 대사도 평이한 편이라 감동적인 음악과는 별개로 스토리 자체에서 큰 감동을 찾기는 어려웠다는 부분입니다.

도전 자체는 좋았으나 전체적인 완성도로는 나레이션 파트가 없는 쪽이 오히려 자세한 부분을 청자의 상상에 맡기면서 거대한 세계관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느낌.

번외편인 Part.2는 ‘백년정원’을 무대로 거기에 얽혀 있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는 파트입니다. 거대한 전쟁을 무대로 비극적인 서사를 그려내고 있는 Part.1과는 다르게 ‘백년정원’에 읽혀 있는 사람들의 작고 개인적이지만 슬프거나 혹은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Part.1이 각 파트의 주제가와 함께 스토리 위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면 Part.2는 음악을 위주로 음악에 얽힌 스토리를 간단하게 나레이션해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모험을 꿈꾸는 청년과 그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쾌활하면서도 엇갈린 분위기로 그린 <기도가 바다를 건널 때>, 세상에서 도망친 소년과 세상을 모르는 소녀의 만남을 질주감 넘치는 분위기로 그려 낸 <새와 새의 노래>, 잠에서 깨어나는 소녀와 그 순간 사라질 수 밖에 없는 눈사람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동화적이면서도 애잔한 분위기로 그려낸 <Snow Dream>,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폭발하는 감성으로 만들어 내는 <Monochrome>, 앞 트랙과 연결되는 스토리 라인으로 연인을 잃은 슬픔을 애절하게 그려내는 <Biela> 까지가 나레이션과 함께 하는 메인 스토리 트랙입니다.

마지막 두 개의 트랙 <어제도 오늘도>, <어둠 속을 걷다>는 앞 트랙들에서 전개되는 스토리의 일부라기보다는 일종의 보너스 트랙같은 느낌입니다.
앞 트랙 <Biela>의 변주 혹은 후일담이라는 느낌으로 상실의 슬픔을 그려내는 우울한 모던 락 스타일의 곡. 절망적으로 애통함을 토해내는 듯한 멜로디와 보컬이 인상적.
 

 링크로 소개하고 있는 <백년정원>은 디지털앨범판으로 나레이션 파트가 모두 빠지고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판본입니다.
 나레이션 특유의 오글오글함(.........)이 싫으신 분들에겐 오히려 더 나을지도. 뭐 애시당초 CD판은 현재 절판상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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